여기는 우주다, 라고 말하는 순간 우주가 되는 것. 미디어피쉬의 오디오 드라마
2016.03.23
Video killed the radio star, 이 유명 노래 가사가 예언처럼 적중하던 때가 있었다. 십 년 전만 해도 그랬다. 팟캐스트가 혜성처럼 등장하기 전까지. 그러나 이제 오디오 콘텐츠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중이다. 그리고 2016년, ‘오디오 드라마’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가는 스토리텔링 기업이 있다. cel벤처단지 1103호 미디어피쉬가 바로 그들이다.

미디어피쉬에서 <오디오피쉬>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.
전혜정: <오디오피쉬>는 미디어피쉬가 개발하고 있는 오디오 드라마 플랫폼이다. 원래 미디어피쉬는 작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텔링 회사다. 각자 결이 다른 창작자들이 모였기에 웹툰, 게임, 영화, 애니메이션 등 모든 콘텐츠 분야의 스토리텔링 작업이 가능하다. <오디오피쉬> 플랫폼은 앱과 웹으로 오디오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. 동시에 플랫폼에 들어갈 오디오 드라마도 기획, 제작한다.
최근에 오픈한 ‘말캉’과 비슷한 개념인가?
전혜정: 그렇다. 우리가 기획서를 쓸 때만 해도 말캉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생겼다. 팟빵(팟캐스트 플랫폼 사이트)에서 하는 서비스라 자본이 많아서 빠르게 성장하더라. 우리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개발비 벌어가며 진행하는데. (웃음) 근데 우리로서는 말캉이 생긴 게 좋다. 처음 오디오 드라마라는 콘텐츠 사업을 시작할 때 사람들이 긴가민가했다. 근데 팟빵처럼 유명한 업체에서 비슷한 걸 만드니까 오히려 확신이 들더라. 아 얘가 되는 사업이구나, 블루오션이구나!
팟빵에 비하면 미디어 피쉬는 영세한(?) 편인데 경쟁력이 있나?
전혜정: 오디오 콘텐츠가 아직 메인 문화는 아니다. 일명 서브컬쳐인데 그래서인지 말캉에도 성인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. 우리는 오디오 드라마를 메인스트림으로 띄우고 싶다. 그 때문에 SF, 판타지, 무협, 로맨스 등 대중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 계획이다. 오디오 드라마가 메인 문화가 되면 차 안에서 엄마는 운전하고 아이는 오디오 드라마를 듣는 모습이 일상화될 수 있지 않을까? 사실 우리의 목표는 콘텐츠를 파는 것 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다.
생태계 확장이라면?
전혜정: 쉽게 말해, 굶어 죽고 있는 작가와 굶어 죽고 있는 성우, 굶어 죽고 있는 사운드 스튜디오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. 오디오 드라마가 성공한다면 우리가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다. 또한, 우리가 진행하는 스터디를 통해 성우 지망생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. 웹툰이 생기기 전을 떠올리면 된다. 만화가, 스토리 작가들이 일할 때가 없어 진짜 힘들었다. 특히 신인 창작자들이나 지망생들은 더 기회가 없었다. 웹툰이 생기자, “젊은 작가들이 이렇게 잘하고 작가 풀도 이렇게 넓을 줄이야.”라는 반응이 나왔다. 창작자들을 위해 플랫폼이 시장을 개척해줘야 한다. <오디오피쉬>가 성공하면 더 많은 작가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. 그래서인지 일종의 책임감마저 든다.
미디어피쉬가 진행하는 스터디는 무엇인가?
전혜정: ‘보이스액트 스터디’라고, 미디어피쉬 구성원과 성우 지망생들이 같이 꾸린 스터디가 있다. 말 그대로 같이 모여서 성우 연기 스터디를 한다.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 때 전문 성우를 섭외해도 좋지만, 그보다는 성우 지망생들이 데뷔할 수 있는 판로가 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. 우리가 원래 스터디를 좋아한다. <오디오피쉬>를 기획하면서 개발자가 필요했다. 개발자가 되고 싶은 친구를 뽑아서 우리가 아는 개발자랑 연결해 과외를 시켜가며 함께 스터디를 했다. 그 친구는 개발자로 성장하면서 우리와 일하는 식이다. 그 외에도 미디어피쉬 자체적으로 콘텐츠 제작 전반에 관한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.
오디오 드라마 사업을 떠올린 계기도 스터디에서 영향 받았나?
전혜정: 그건 아니다. 박사 과정 끝나고 한동안 백수로 지냈다. 폐인처럼 매일 컴퓨터 게임만 했다. 효과음이 없는 게임이었는데 뭔가 배경 음악이 있었으면 싶더라. 뭘 틀어놓을까 하다가 그때쯤 우연히 <EBS 라디오 문학관>을 알게 됐다. 세계명작소설을 성우들이 녹음한 파일이었다. 이걸 틀어놓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. 특히 러시아 소설 같은 건 되게 읽기 힘들지 않나. 이름도 너무 길고 읽다 보면 얘가 걘가 싶고. 근데 목소리로 들으니까 누가 누군지 쉽게 알겠더라. 그렇게 어느새 150편을 다 들은 거지. 수능 때도 문학 공부,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었는데. (웃음) 그때 경험이 <오디오피쉬>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.
전혜정 대표가 인디밴드 드러머인 걸로 안다. 그래서 오디오 콘텐츠에 관심 있는 건가 싶었다.
전혜정: 그런 것까지 조사해왔냐. (웃음) 이거 아는 사람 별로 없는데. <꽃과 벌>이라고 드문드문 활동한다. 레진 코믹스에 <이상한 날> 연재 중인 만화가 노키드님을 주축으로 콘텐츠 창작자들이 모인 밴드다.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. 사실 <오디오피쉬>에 올릴 콘텐츠로 인디 밴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긴 하다. 그들의 음악과 협업한 음악 소설 형태가 될 것 같다.
오디오 드라마라는 게 아무래도 생소해서 도약하는데 쉽진 않을 것 같다.
전혜정: 선입견의 문제라고 본다. 사람들은 오디오 드라마라고 하면, 예전에 택시 아저씨가 운전하면서 <제5공화국> 듣던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. 그 시대적 이미지 때문에 촌스럽단 느낌이 드는 거지 사실 팟캐스트 성공하는 거 보면 매체 자체가 올드한 건 아니다. 재밌는 게, 미국에서는 비디오 이후의 세대, 그러니까 지금 초등학생 세대들은 음성 콘텐츠를 아예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한다는 거다. 선입견만 벗고 보면 오디오 드라마만의 장점이 분명 있다.
<웰컴 미스터 맥도날드>라는 영화에서 나온 말을 인용하자면, 영화라면 SF 한 편 만드는데 돈 정말 많이 들지 않나. 반면 오디오 드라마는 적은 비용으로 맘껏 만들 수 있다. ‘여기는 우주다.’라는 말 한마디면 바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.

글 최지혜
사진 최지혜
인터뷰 후기
셀 벤처단지 인트라넷에 미디어피쉬의 인터뷰가 올라갔다.
저 정도로 패기있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편집되면서 꿈과 희망이 넘치는 인터뷰 기사가 되었다.
편집되면서 기사에선 삭제되었지만 레퍼런스를 살짝 추가해본다.
- ‘최신 세대는 오디오 콘텐츠를 신선하게 여긴다는 것’은 마이쿤의 최혁재 대표님이 하신 말씀에서 인용했다.
- EBS에 <라디오 문학관>을 같이 서비스할 수 없는지 문의했지만 저작권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. 아쉽다.